어릴 때 처음 본 한국 영화는 <쉬리>였다. 물속에서 총을 겨누던 장면이 어린 내게는 숨 막히게 느껴졌고, 그때부터 한국 영화는 내게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는 한국 영화가 반복되는 이야기와 익숙한 형식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본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가 내 안의 감각을 깨웠다. 기존의 상업 영화 문법에서 벗어난 그 영화는 현실의 아픔을 정직하게 담아내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한국 영화는 변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젊은 감독들이 있다.
기존 공식을 깨부수는 젊은 감독들
과거의 한국 영화는 일정한 공식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젊은 감독들은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이옥섭 감독과 구교환 감독의 작품을 보면 기존 상업 영화에서 볼 수 없는 감각적인 연출과 위트가 있다. <메기>는 장르를 정의하기 어려운 영화다. 초현실적이면서도 묘하게 현실적이고, 기괴하면서도 유쾌하다.
나는 이런 영화를 보고 나면 묘한 기분이 든다. 기존의 익숙한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했다는 기분. 그리고 이런 감독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게, 한국 영화 팬으로서 너무나도 반갑다.
독립영화의 힘, 그리고 진짜 이야기들
젊은 감독들의 변화는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나는 그 답이 독립영화라고 생각한다.
상업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팔릴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든다면, 독립영화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든다. 그러다 보니 더 날 것 같고, 더 진짜 같다.
김보라 감독의 <벌새>를 처음 봤을 때를 떠올려 본다. 영화 속 주인공이 마치 내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아주 평범한 아이의 이야기인데도, 왜 그렇게 가슴이 아팠을까. 아마도 그게 진짜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을 거다.
최근에는 윤가은 감독이 아이들의 세계를 따뜻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고, 정승오 감독의 <송아> 같은 영화는 현실적인 가족의 아픔을 가감 없이 담아내면서도 애틋한 감성을 전한다. 이런 영화들이 한국 영화의 흐름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 그리고 영화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이제 한국 영화는 단순히 극장에서만 소비되지 않는다. 넷플릭스, 디즈니+, 왓챠 같은 OTT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젊은 감독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렸다.
예전에는 저예산 영화는 상영관 잡기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에 공개될 수도 있다. 최근 연상호 감독의 <지옥>이나 나홍진 감독이 제작한 <랑종>처럼 OTT를 활용한 글로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한국 영화는 더 넓은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요즘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본다.
“내가 사랑하는 한국 영화가,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더 많은 젊은 감독들이 등장할 것이고, 더 다양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순간을, 나는 극장에서든, 넷플릭스에서든, 조용히 지켜볼 것이다.
결론: 우리는 지금, 영화의 변화 속에 있다
젊은 감독들이 만드는 영화는 기존과는 다르다. 그들은 독창적인 연출을 시도하고,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녹여낸다. 그래서 영화가 더 인간적이고, 더 진짜 같다.
나는 이 변화가 반갑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감독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길 기대한다. 어쩌면, 언젠가 내 삶의 한 조각도 스크린 위에 비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영화는 계속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우리는 지금, 함께 목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