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할 때 뭐 볼지 고민되죠? 서로 취향 안 맞으면 더더욱 난감하고요. 너무 무거운 영화는 분위기 쳐지고, 너무 가볍기만 하면 또 뭔가 아쉬워요. 그럴 땐 말이에요, 가볍게 웃고, 예쁜 풍경에 눈도 즐겁고, 마지막엔 은근히 여운까지 남는 영화 하나—‘Anyone But You’가 딱이에요. 그냥 로맨틱 코미디라고 넘기기엔, 이 영화는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솔직하거든요. 오늘은 그 얘길 해보려 해요.
첫인상부터 끌리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
‘Anyone But You’는 딱 보면 “아 이거 로코다” 싶은 영화예요. 그런데 그게 나쁜 뜻은 아니에요. 오히려 우리가 기대하는 모든 로코의 공식이 잘 살아 있어요. 첫 만남부터 삐걱, 대사 한 줄 한 줄이 톡톡 튀고, 둘의 케미는 애매한 것 같으면서도 자꾸만 끌려요. 이게 바로 관객으로 하여금 “얘네 결국엔 사랑하게 되겠지?” 싶은 그 기분. 하지만 그 과정을 보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이 영화가 좋은 건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유머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고, 대사는 지나치게 꾸미지 않았어요. 일상에서 충분히 나올 법한 말들인데도 웃겨요. 말장난, 오해, 어색한 가족 모임 속 미묘한 긴장감—이런 게 리듬감 있게 이어지면서 어느새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그리고 벤과 비, 이 두 캐릭터가 말이에요. 너무 완벽하지 않아서 좋아요. 말실수도 하고, 감정에 휘둘리고, 괜히 자존심 부리고. 그래서 더 공감이 돼요. “아 나도 저랬는데” 싶은 순간들이 꽤 많거든요. 영화 보고 나와서 “우리도 저런 적 있었지?” 이런 대화하게 되는 거, 진짜 좋은 데이트 아닐까요?
시드니가 아니었으면, 이 영화도 달라졌을 거예요
이 영화의 배경이 시드니라는 건, 그냥 풍경이 예쁘다는 의미를 넘어선다고 생각해요. 햇살, 바다, 하늘, 그리고 도심까지—시드니의 풍경은 인물들의 감정선을 아주 자연스럽게 감싸줘요. 감정이 흔들릴 때는 바닷바람이 있고, 마음이 복잡할 땐 도시의 야경이 있고. 이게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감정이 풍경에 녹아들어요. 시드니라는 도시 특유의 여유도 한몫해요. 뉴욕이나 런던에서 그려지는 로코들이 바쁘고 정신없는 도시의 흐름 속에서 부딪히는 사랑이라면, 이건 좀 더 숨 쉴 틈이 있는 사랑이죠. 인물들이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공간,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요. 이게 꽤 중요하거든요. 그 여유가 이 영화만의 리듬을 만들어줘요. 게다가, 단순히 예쁜 장소 보여주는 거에서 끝나지 않아요. 중요한 전환점, 감정의 폭발, 갈등과 화해—이 모든 장면이 장소와 맞물려 있죠. 그래서 풍경을 ‘감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감정을 함께 느끼게 해줘요. 영화 보면서 시드니 여행 당장 가고 싶어 졌다는 사람들, 절대 저 혼자만 아니었을 거예요.
단순히 ‘사랑 얘기’가 아닌, 우리 얘기
‘Anyone But You’는 “썸에서 연애까지”의 경로를 보여주는 영화지만, 사실 그보다 더 많은 걸 담고 있어요. 특히 연인들이라면 이 영화에서 자기 모습을 찾게 될 거예요. 말 안 해도 알 줄 알았는데, 말 안 했더니 더 멀어진다든가. 그냥 넘겼던 감정들이 시간이 지나서야 중요했단 걸 알게 된다든가. 그 미묘한 감정들, 영화가 아주 섬세하게 짚어줘요. 갈등도 과하지 않아요. 현실적인 오해와 거리감—우리가 연애하면서 부딪히는 딱 그런 것들. 근데 그걸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더 중요하죠. 이 영화는 억지 화해 없이, 천천히 다가가는 방법을 보여줘요. 그 과정이 너무나 현실적이라서, 보고 나면 괜히 “우리 얘기 좀 해볼까?” 이런 기분이 들어요. 이 영화는 그런 데이트 영화예요. 그냥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보고 난 후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가 끝났는데도 이야기할 거리가 남아 있는 영화.’ 그게 진짜 좋은 데이트 영화 아닐까요?
연인끼리 영화 한 편 보려 한다면, ‘Anyone But You’는 아주 좋은 선택이에요. 유쾌하게 웃고, 감정도 나누고, 예쁜 배경에 취할 수도 있죠. 무엇보다, 영화관을 나설 때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될 거예요. 그런 데이트, 한 번쯤은 꼭 해보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