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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영화 감성, 어바웃 타임 속 일상

by buysee 2025. 3. 22.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하루를 다시 살고 싶나요?
《어바웃 타임(About Time)》은 이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하지만, 마지막에는 묻습니다.
“그 하루를, 굳이 다시 살 필요가 있을까요?”

이 영화는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하지만, 핵심은 어디까지나 '삶'입니다. 그리고 그 삶을 살아가는 이라는 한 남자의 여정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로맨스 공식에서 벗어나 삶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감정의 순례와도 같습니다.

 

영국 영화 감성, 어바웃 타임 속 일상

팀 – 시간을 넘나들며 성장하는 영혼

처음의 팀은 어딘가 어색하고 서툽니다. 그는 자신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비밀을 알게 되자, 사랑을 쟁취하려고 합니다. 첫사랑을 되돌리려 하고, 실수를 고치려 하며, 완벽한 순간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부터 영화는 '성장'을 시작합니다.

시간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데, 오히려 그는 완벽한 순간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대신, 매 순간을 사랑하려고 애쓰는 법을 배웁니다. 팀은 말없이 성장합니다. 화려한 장면 없이도, 작은 표정 변화 속에서 우리는 그의 내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도널 글리슨의 연기는 절제되어 있지만, 그래서 더 진심이 묻어납니다. 눈빛 하나, 숨을 고르는 찰나의 침묵이 그가 얼마나 섬세하게 캐릭터를 이해했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그는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말을 하지 않고도 감정을 전달합니다. 삶이란 말을 줄이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듯이.

메리 – 사랑은 반복이 아니라, 순간이다

메리(레이철 맥아담스)는 시간 여행을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현재에 충실한 사람입니다. 팀이 시간을 고치려 안간힘을 쓰는 동안, 그녀는 고치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순간을 사랑합니다.

레이철 맥아담스는 메리를 연기하며 '평범한 사람의 특별함'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아름답고 밝지만, 억지로 사랑스럽지 않습니다. 메리의 매력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삶의 태도에 있습니다. 팀이 시간을 고치려는 시도를 반복할수록, 그녀는 오히려 ‘그대로의 오늘’을 포용하는 방식으로 팀의 삶에 균형을 줍니다.

이 둘의 사랑은 운명이나 드라마틱한 사건이 아니라, 작은 선택과 일상의 누적으로 자라납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진짜 메시지죠. 사랑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습관처럼 쌓여가는 감정의 층위라고.

아버지 – 유한한 시간, 그리고 받아들임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팀의 아버지입니다. 시간 여행을 선물한 장본인이자, 팀에게 가장 중요한 철학적 질문을 남깁니다.
“하루를 두 번 살아봐. 처음은 그냥 살고, 두 번째는 그 하루의 기적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면서.”

그는 죽음을 앞두고도 담담합니다. 시간 여행이라는 능력이 있어도, 끝은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던 사람이죠. 그리고 그 끝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법을 팀에게 가르쳐줍니다.

팀이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두 사람은 과거의 한 순간으로 돌아가 함께 바닷가를 걷습니다. 그 씬은 시간 여행 중 가장 인간적인 장면입니다.
죽음을 피해 가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죽음을 품에 안고 사는 법을 배우는 순간이니까요.

이 장면을 연출한 리처드 커티스 감독은 음악과 조명, 카메라의 속도까지도 감정을 따라갑니다. 대사 없이도 우리는 느낍니다. 그들의 마지막이 얼마나 다정하고, 얼마나 고요하게 아픈지를.

일상 – 시간을 고치지 않고, 그냥 살아보기

《어바웃 타임》이 끝날 즈음, 팀은 더 이상 시간을 고치지 않습니다. 그는 하루를 두 번 살지 않아도, 충분히 그 하루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죠. 이건 거창한 깨달음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작고 사적인 변화입니다.

커피를 천천히 마시고, 아내의 미소를 오래 바라보고, 아이와의 순간을 더 많이 웃으며 보내는 것.
그런 하루가 쌓여서 인생이 됩니다. 시간 여행 같은 능력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집중하려는 마음이야말로 진짜 초능력일지 모릅니다.

결말 – 오늘을 두 번째처럼 살아보는 용기

이 영화는 우리에게 시간을 줄 수 없습니다. 되돌릴 수 있는 버튼도 없고, 잃어버린 순간을 되찾게 해주지도 않죠.
하지만 《어바웃 타임》은 조용히 속삭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더 사랑해 봐. 마치 두 번째로 사는 하루처럼.”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건 아마, 내가 방금 내 하루를 허투루 살았다는 부끄러움 때문이었을지도 모르죠.
혹은, 오늘을 더 소중히 살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을지도요.

지금 당신은, 이 글을 몇 번째로 읽고 있나요?
그보다 중요한 건, 오늘 하루를 몇 번째처럼 살고 싶은가 하는 질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당신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