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사랑이 시작되는 데 시간이 필요했죠. 서로의 이름을 묻고, 안부를 건네고, 몇 번의 망설임 끝에야 손을 잡았습니다. 지금은 그 반대입니다. 손이 먼저 닿고, 온기가 먼저 스며들고, 그제야 “우린 뭐지?”를 묻습니다. 끌림은 한순간에 번져 오르지만, 그걸 '관계'로 불러도 될지 결정하는 데는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는 시대. 우린 지금, 사랑을 피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사랑을 더 정교하게 선택하고 있는 걸까요? ‘Friends with Benefits’— 그 중간 지점에서 시작된 관계.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끌림은 감정의 예고편
끌림은 빠릅니다. 좋아하는 줄도 모르고 웃고 있고, 신경 쓰지 말자고 해놓고 또 기다립니다. 심장이 아니라 직감이 먼저 반응하는 순간이 있어요. 내가 이 사람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어디까지 다가갈 수 있을지, 어디에서 멈춰야 할지조차도 모른 채 시작되는 흐름. FWB, 즉 감정 없는 친밀함. 이 관계는 ‘사랑 없이도 서로를 원할 수 있다’는 명제로부터 출발합니다. 간단한 것 같지만, 사실 굉장히 섬세한 구조예요. 마음은 빼고 몸만 나누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 없이 몸을 나눈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워요. 그래서 이 관계는 처음부터 긴장 상태입니다. 감정을 억제하고 있는 건지, 감정이 없어서 괜찮은 건지, 혹시 모르게 자라고 있는 감정을 애써 모른 척하고 있는 건지— 그 모든 질문을 품은 채 계속됩니다. 끌림은 본능이지만, 그걸 어디까지 허락할지는 결국 내 몫이에요. 그리고 그 ‘허락’이란 건, 언제나 감정의 예고편이기도 하죠.
연결은 ‘사랑’보다 솔직한 것
우리는 연결되길 원하면서도, 얽히는 건 두려워합니다. 요즘 연애가 어렵다는 말, 그건 사실 연결의 책임보다 진심의 증명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에요. FWB는 그 딜레마를 피하려는 시도예요. 나를 다 주지 않아도 되고, 너도 나에게 기대지 않아도 되고, 그래도 서로에게 익숙해질 수는 있는 관계. 이런 관계엔 대체로 규칙이 있어요. “질투는 금지야.” “감정은 생기지 말자.” “우린 언제든 끝낼 수 있어.” 근데 알고 있죠. 그 규칙이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걸. 그러니까 사실, FWB는 감정이 없는 관계가 아니라, 감정을 일부러 멈춰놓은 관계예요.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자꾸 확인받아야 유지되는 연결. 그건 연애보다 더 연애 같은 형태이기도 해요. 우린 결국 누구나 연결되고 싶어 합니다. 다만 이 시대엔, 그걸 ‘사랑’이라 부르기 전에 수많은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죠. FWB는 그 검증을 보류한 사람들의 관계. 그렇기에 솔직한 연결이기도 하고, 동시에 가장 불안한 연결이기도 합니다.
사랑이 아니라도, 충분히 흔들리는 관계
FWB의 세계에는 ‘사랑’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지 않아요. 그 대신 ‘편안함’, ‘자유’, ‘구속 없음’ 같은 말들이 자리를 잡고 있죠. 하지만 감정이라는 건, 그렇게 말을 바꾼다고 줄어들진 않아요. 같이 보내는 시간, 쌓이는 기억, 익숙해지는 향기. 그 모든 것이 조금씩 마음을 흔들어요. 이게 연애일까? 아니야, 그냥 친한 거야. 근데 왜 이렇게 신경 쓰이지?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습니다. 이성적으로 설정한 선을 감정은 자꾸 넘고 싶어 해요. 그리고 그걸 넘을지 말지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정하죠. FWB는 사랑이 아닌 관계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종종 사랑보다 더 복잡한 마음을 겪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이 없어서 더 아프고, 끝을 말하지 않아서 더 오래 남아요.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용기지만, 마음을 인정하는 건 더 큰 용기입니다. 지금 당신이 어떤 관계 속에 있다면, 그리고 그 마음이 계속 묻히고 있다면, 이제는 꺼내볼 때일지도 모릅니다.
결론: 요약 및 Call to Action
끌림은 본능입니다. 하지만 그 본능을 어떻게 다룰지는, 각자의 선택이죠. FWB라는 관계는 어쩌면 지금 우리 세대가 사랑을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너무 사랑해서 조심스러워진 결과일 수도 있어요. 만약 지금, 누군가와의 관계 안에서 마음이 잔잔하게 일렁이고 있다면— 그 감정이 사랑이든 아니든 간에— 그건 이미 당신이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사랑이 아니면 안 되는 세상은 아니니까요. 당신만의 방식으로, 당신만의 감정으로, 그 사람과의 거리를 다시 정리해보세요.